여우가 과거 인간의 반려동물이었음을 시사하는 고대 무덤이 남미에서 발굴돼 학계 관심이 쏠렸다. 여우는 개과의 소형 포식동물로 한때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한 야생동물이다.

아르헨티나 고고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10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사람과 여우가 합장된 1500년 전 무덤을 소개했다. 매장된 여우는 아르헨티나 및 칠레에 걸친 파타고니아 지방에 서식한 멸종종으로 확인됐다.

이 무덤은 아르헨티나 서부 멘도사에서 남쪽으로 약 210㎞ 떨어진 카냐다 세카 유적에 자리한다. 여우의 뼈를 분석한 연구팀은 10~15㎏의 중형종이라는 점, 정성껏 매장됐다는 점, 식물을 다량 섭취한 점을 알아냈다.

아티스트가 그린 멸종한 여우 두시시온 아부스 <사진=Juandertal>

조사 관계자는 "뼈에 함유된 탄소와 질소의 동위원소를 조사한 결과, 이 여우가 무덤 속 인물과 같은 식물을 자주 먹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여우의 뼈 일부분에 골절상 흔적이 있는데, 자연 치유되지 않고 누군가 치료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카냐다 세카 유적에 거주한 인간들은 수렵채집을 했고, 작은 동물을 사냥하는 여우가 식물을 먹었다는 것은 인간의 반려동물임을 보여준다"며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사람과 여우 모두 약 1500년 전 이 유적에 거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아르헨티나 유적에서 나온 여우의 뼈. 좌측과 우측 상악골을 다각도로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로열 소사이어티 오픈 사이언스 공식 홈페이지>

1991년 처음 발견된 이 유적에서는 지금까지 어린이를 포함한 최소 24명의 인간 뼈와 다양한 도구, 장식품이 나왔다. 여우의 뼈가 나온 무덤은 이번에 확인한 1기뿐이다. DNA 분석 결과 약 500년 전 멸종한 두시시온 아부스(Dusicyon avus)라는 여우의 동료로 밝혀졌다.

여우가 인간과 함께 매장된 사례는 이번이 두 번째다. 조사 관계자는 "파타고니아의 원주민 사회는 유럽계 개를 16세기부터 번식시키기 시작했다"며 "유럽의 이베리아반도 북동부에서도 청동기 시대에 인간과 함께 다수의 개와 여우가 합장된 사실이 판명됐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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