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서 빛을 발하는 생물은 약 5억4000만 년 전 지구상에 나타났다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지금까지 생물학자들이 추측해온 발광생물의 출현 시기보다 3억 년이나 빨라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미국 국립자연사박물관(NMNH) 고생물학자 안드레아 콰트리니 박사는 13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바이오루미네선스(bioluminescence), 즉 생물발광이 가능한 고생물의 계통을 재구성해 이들의 조상이 지구에 발생한 시기를 특정했다.
생물발광은 산호, 말미잘 등 심해 생물부터 겨울잠쥐 같은 포유류, 반딧불이 같은 곤충, 식물, 심지어 세균에서도 관찰된다. 발광 방법은 여러 가지로, 루시페라아제라는 효소의 화학 반응이 대표적이다. 반딧불이는 마그네슘과 아데노신 삼인산(ATP)으로 점멸한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빛을 내는 발광생물을 응용한 미래형 조명 연구도 활발하다.
안드레아 박사 연구팀은 발광생물이 기존 가설보다 훨씬 오래전 존재했다는 일부 주장에 주목했다. 발광생물로 널리 알려진 팔방산호아강을 면밀히 조사해온 연구팀은 최초의 발광생물이 지구에 출현한 시기를 알아내기 위해 계통 조사를 실시했다.
안드레아 박사는 "캄브리아기에 빛을 감지하는 동물이 진화하면서 생물은 급속히 다양화되고 새 환경에 적응했다"며 "이 시기 팔방산호아강이 다른 종과 빛을 통한 상호작용을 시도했을 가능성은 여러 학자가 추측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생물발광은 고대 지구에 널리 존재한 많은 동물, 특히 심해에 서식한 생물들에게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었을 것"이라며 "이렇게 본다면 생물발광은 지금까지 생각처럼 그리 희귀한 현상은 아니었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학자들이 알아낸 생물발광의 가장 오래된 예는 조개 속에 기생하는 갑각류의 일종인 패충류(ostracoda) 무리다. 안드레아 박사 연구팀은 패충류의 진화 계통수를 재해석하는 한편, 고대 패충류 화석을 대조하며 계통이 분기한 시기를 거슬러 올라갔다. 여기에 생물발광이 가능한 현생종 일부를 계통수상에 덧붙여 분석했다.
그 결과 약 5억4000만 년 전, 즉 캄브리아기 대폭발 직전에 발광생물의 공통 조상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다양한 생물종이 지구상에 쏟아져 나온 시기다.
안드레아 박사는 "현시점에서는 통계적인 기법에 의지해 생물발광의 기원을 그저 더듬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고생물의 DNA의 해석 기술이 진보하면 아주 오래된 화석에서 루시페라아제 등 빛을 발하는 DNA를 검출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