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손바닥만 한 크기에 작은 물고기를 능숙하게 사냥하는 영국 그레이트 래프트 스파이더(Great raft spider)가 사람들의 눈물겨운 노력에 멸종 위기를 모면했다.

영국 서퍽 지역 야생동물 보호단체 '서퍽 와일드라이프 트러스트(Suffolk Wildlife Trust, SWT)'는 10일 공식 SNS를 통해 물고기를 잡아먹는 거대한 거미 그레이트 래프트 스파이더의 개체가 목표치 만큼 늘었다고 전했다.

이 거미는 대략 20년 전부터 개체가 빠르게 줄었다. 급기야 10년쯤 전에는 멸종 위기종 리스트에 올랐다. 강이나 저수지에 서식하는 그레이트 래프트 스파이더는 수면을 걸으며 사냥감을 노리는 독특한 생태로 유명하다. 영국에서는 건강한 습지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존재인데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오염으로 서식지를 잃었다.

사람들의 노력으로 10여 년 만에 개체 수가 정상 수준까지 복구된 그레이트 래프트 스파이어.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어 피싱 스파이더(Fishing spider)로도 부른다. <사진=체싱턴 월드 오브 어드벤처 리조트 공식 페이스북>

SWT는 런던 교외의 동물원 체싱턴 월드 오브 어드벤처 리조트와 공동으로 그레이트 래프트 스파이더 살리기 운동을 전개해 왔다. 양측 곤충 전문가들은 2011년부터 거미의 개체 수를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한 재도입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프로젝트 관계자는 "곤충 전문가들이 시험관에서 한 마리 한 마리 소중히 기른 그레이트 래프트 스파이더 새끼 약 400마리를 2012~2016년 습지에 방생했다"며 "처음에는 개체 수가 좀처럼 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프로젝트의 효과가 발휘돼 최근에는 10여 년 전 수준에 근접했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는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도 이 거미들이 자연스럽게 번식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사람을 탓에 위기에 몰렸던 이 거미는 아직 멸종 위기종 리스트에서 빠지지는 않았지만 땅과 물을 오가는 반수생의 신기한 생태를 자력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레이트 래프트 스파이더는 평균 몸길이 7㎝로 평소 물가에서 생활하다 허기를 느끼면 수면에 올라 물고기를 사냥한다. 소금쟁이처럼 다리 끝의 가늘고 무수한 털로 물을 밀어내 수면을 빠르게 이동한다. 사냥감을 포착하면 움직임을 멈췄다 일격에 물고기를 잡아챈다.

프로젝트 관계자는 "거미는 꺼리는 사람이 많은 생물이지만 생태계 유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며 "영국에서 가장 큰 거미 그레이트 래프트 스파이더는 각종 해충을 사냥하고 결코 사람을 먼저 공격하지 않는 온순한 곤충"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에서는 멸종 위기에 몰린 거미를 살리기 위해 프렌들리 스파이더 프로그램 등 대중 캠페인도 활발하다. 여러 거미에 대한 이해를 돕고 친근감을 키우기 위해 인지 또는 최면 요법까지 동원하기도 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