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가장 오래된 전장에서 조직된 군대가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화살촉이 발굴됐다. 학계는 청동기시대 유럽에는 지금까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고도로 조직화된 군대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관심을 보였다.
독일 괴팅겐대학교 역사학 및 고고학 연구팀은 2일 공식 채널을 통해 독일 토렌세 계곡에서 기원전 1250년경 대규모 전투가 벌어진 증거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토렌제 계곡에서는 150구 이상의 인골이 나왔고, 이곳에서 전투에는 적어도 병사 2000명이 동원된 것으로 추측돼 왔다. 여러모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전투였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조사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관심을 받아온 토렌세 계곡이지만 누구와 누구의 싸움이었는지,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연구에서 참전한 것은 현지민 뿐이라고 여겨졌지만, 우리 조사에서는 병사 중에 외국인이 끼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독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 토렌세 계곡 조사에서 그간 발견된 무구들을 재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청동기 시대 화살촉 중 일부는 현지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냈다. 특히 유골의 치아 DNA 분석을 통해 3250년 전 토렌세 계곡 전투는 남쪽으로부터 침략한 자들과 현지인이 격돌한 전쟁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조사 관계자는 "여기서 남쪽이라는 것은 그리스나 이탈리아가 아닌 모라비아(체코의 오랜 왕조) 또는 바이에른을 말한다"며 "화살촉의 분석을 바탕으로 하면 당시 전투에는 조직화된 군대가 참전했을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토렌세 계곡에서 출토된 청동 및 부싯돌 화살촉을 유럽 전역에서 발견된 동시대 수천 개의 화살촉과 비교했다"며 "계곡에서 발견된 화살촉의 대부분이 이 주에서 가끔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많은 현지인이 전투에 참가했을 가능성은 높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화살촉 중에는 제작 형태가 사뭇 다른 특수한 것들도 끼어 있었다. 이러한 화살촉은 현재 바이에른이나 모라비아 등 남부 유적에서 출토되지만 토렌세 지역에서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조사 관계자는 "이 증거들은 청동기시대 유럽에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고도로 조직화된 군대가 있었음을 보여준다"며 "전쟁이 빈발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인간들이 용병으로 참전했음을 알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