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피부에도 혀와 같은 쓴맛을 느끼는 감각 수용체가 있다는 사실이 판명됐다. 사람의 피부에 혀에 분포하는 쓴맛 수용체가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는 전례가 없다.

일본 오카야마대학교 생명과학부 나카무라 모토나오 교수 연구팀은 19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오는 9월 국제 학술지 FASEB BioAdvancedes에도 소개될 예정이다.

이번에 발견된 쓴맛 수용체는 피부를 경유해 침입하는 외부의 유해물질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한 장치로 추측된다. 나카무라 교수는 "피부의 쓴맛 수용체는 각화세포, 즉 켈라티노사이트 내부에 자리한다"며 "각화세포는 표피의 90%를 차지하며 인체의 가장 바깥 부분을 덮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의 피부에 쓴맛 수용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사진=pixabay>

이어 "피부의 쓴맛 수용체는 혀의 그것과 달리 만진다고 발현하지는 않는다"며 "피부의 수용체는 어디까지나 세포 수준에서 쓴맛을 감지한다"고 덧붙였다.

쓴맛은 인간에게 있어 위험 요소다. 피망이나 커피 등 우리는 일상적으로 쓴맛을 경험하지만 근본적으로 보면 쓴맛은 유해한 독물과 깊이 연관돼 있다.

나카무라 교수는 "대개 사람은 무엇인가 입에 넣었을 때 역겨운 쓴맛이 입안 가득 퍼지면 곧바로 뱉어낸다"며 "인체는 쓴맛에서 위험을 직감하고 유해한 물질을 피하도록 진화했다"고 말했다.

인간은 쓴맛이나 신맛으로부터 유해물질을 감지하도록 진화해 왔다. <사진=pixabay>

이어 "이런 유해물질은 입뿐만 아니라 피부를 통해서 침입할 수 있다"며 "피부에 침투한 유해물질이 그대로 남으면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기에 쓴맛 수용체가 분포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유해물질 중에는 피부의 쓴맛 수용체를 빠져나가는 것도 있다고 봤다. 이런 물질은 그대로 세포에 머물러 염증이나 피부 질환을 일으킨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나카무라 교수는 "우리 생각이 맞는다면, 피부의 쓴맛 수용체를 일부러 반응시켜 거름망을 통과하는 유해물질을 막아내는 신개념 치료법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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