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관측 사상 해상도가 가장 높은 블랙홀 사진이 공개돼 천문학계와 우주 마니아들의 관심이 쏠렸다. 아직 블랙홀의 자세한 외형을 알아보기는 어렵지만, 관측 파장을 확장해 컬러감까지 풍부해진 점에 학자들은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CfA)는 27일 공식 채널을 통해 사상수평선망원경(사건의 수평선 망원경, event horizon telescope, EHT) 관측 프로젝트 팀이 제작한 처녀자리 A 은하(M87) 중심부 블랙홀(M87*, 포웨히)의 컬러 사진을 소개했다.
EHT는 지금까지 M87*을 비롯해 궁수자리 A별(Sgr A*) 등 일련의 블랙홀을 최초로 포착해 온 차세대 전파망원경 관측 프로젝트다. 2009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국제 협력 관측 활동으로, 이번에 새로운 대역의 주파수를 추가해 이전보다 정밀도가 높고 보다 다채로운 M87*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CfA에 따르면, 해당 이미지는 345GHz(기가헤르츠) 주파수까지 확장한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를 이용한 M87* 관측 결과들을 조합해 완성됐다.
2001년 EHT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했던 CfA 천체물리학자 솁 돌먼(57) 박사는 "새로운 주파수 데이터를 기존의 주파수와 조합하면 해상도를 50% 향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블랙홀 바로 바깥 영역의 색상도 더욱 풍부해진다"며 "이는 흑백사진이 컬러사진으로 발달한 것에 견줄 만한 기술적 진보"라고 평가했다.
아래 이미지는 M87 중심부의 초대질량 블랙홀 M87*을 VLBI로 들여다본 시뮬레이션을 보여준다. 86GHz(적색), 230GHz(녹색), 345GHz(청색) 주파수의 빛을 이용했다. VLBI 기술을 통한 천체 관측에서 0.87㎜ 파장에 해당하는 345GHz 주파수까지 확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솁 돌먼 박사는 "블랙홀의 색상이 관측 결과에 기반해 보다 풍부해지면 이 수수께끼의 천체에 물질을 공급하거나 강력한 제트를 분사하는 고온의 가스, 자기장, 아인슈타인이 주창한 중력의 영향을 보다 확실히 구분하게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HT 프로젝트 팀이 이전에 공개한 M87* 및 Sgr A*의 이미지는 세계 각지의 고성능 전파망원경에서 얻은 방대한 관측 데이터를 통합해 제작됐다. 다만 이렇게 완성된 블랙홀 이미지의 윤곽은 상당히 흐릿했는데, 더 이상 정밀도를 높이려면 전파 망원경의 크기를 키우거나 주파수를 높일 필요가 있었다.
솁 돌먼 박사는 "전파망원경을 더 이상 크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남는 선택지는 주파수를 높이는 것"이라며 "이마저도 0.87㎜ 파장은 1.3㎜ 파장보다 대기 중의 수증기에 흡수되기 쉬워 지표에 도달하기 전에 약해져 버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때문에 이번에 EHT 프로젝트 팀은 전파 망원경의 감도를 높이면서 대기 중의 수증기 영향을 보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블랙홀 관측에 좋은 최적의 날씨를 기다린 끝에 보다 선명하고 컬러풀한 M87* 이미지를 얻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계는 EHT 프로젝트 팀이 지구에서 달 표면의 병뚜껑을 잡아내는 수준의 고해상도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작고 어둡고 멀리 떨어진 대질량 블랙홀 관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학자들은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