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인공 동면(콜드 슬립)에 들게 하는 대학 연구소의 도전을 미국 정부가 지원하고 나섰다. '인터스텔라'나 '패신저스' '에이리언' 등 SF 영화에 등장하는 인공 동면 기술은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중증 환자들의 희망으로도 주목받아 왔다.

미국 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인간을 인공 가사상태로 만드는 약 연구에 자금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미국 하버드대학교 위스연구소(Wyss institute)가 진행 중이다.

DARPA는 크게 다친 병사를 치료하기 위한 인공 동면 기술에 주목해 왔다. 이번에 개발 중인 약물은 부상자를 인공 동면 상태로 만들어 치료 가능한 때까지 골든 타임을 연장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위스연구소 관계자는 "생명에 관계되는 중상을 입었을 때, 60분 이내에 수술할 수 있으면 살아날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며 "이런 골든 타임을 연장할 수만 있다면 위독한 환자를 보다 많이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 동면을 주제로 한 SF 영화 '패신저스'의 한 장면 <사진=영화 '패신저스' 스틸>

의학계에서는 골든 타임을 임의로 연장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이중 유력한 것이 환자의 체온을 낮춰 인공 동면에 빠뜨리는 방법이다. 큰 부상을 입어 병원 후송까지 골든 타임을 넘길 수밖에 없는 경우는 물론, 현재는 가망이 없는 환자의 향후 치료에도 인공 동면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위스연구소 관계자는 "사람의 체온을 낮추는 효과를 약으로 실현할 수 없는지 계속 살펴보고 있다"며 "디지털 동물 모델을 만들고 다양한 약물의 성분을 기계학습한 인공지능(AI)에 후보를 찾게 했더니 SNC-80 화합물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SNC-80은 발견된 지 30년이 지난 오피오이드 수용체다. 그간 동물 실험에서 진통 및 항우울·항불안 효과가 확인됐다. 다만 용량 조절에 실패하면 심한 경련을 일으키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의학적 사용은 금지돼 왔다.

작전 수행 중인 미군 병사.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경우 인공 동면 상태로 만들어 골든 타임 내에 치료하는 약물 개발이 진행 중이다. <사진=pixabay>

위스연구소 관계자는 "SNC-80 화합물을 돼지의 심장이나 인간의 인공 장기에 사용한 실험에서 산소 소비량이 크게 줄고 대사가 느려지는 것이 확인됐다"며 "이 화합물은 인간에 사용할 수 없어 대체할 성분을 AI가 찾게 했고, 알츠하이머병 치료약 도네페질이 후보로 꼽힌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도네페질은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승인돼 오래전부터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며 "그 화학적 특성이 유의미하다는 AI의 추천에 따라 아프리카발톱개구리 올챙이로 실험했더니 확실히 인공 동면 효과가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도네페질을 과다 섭취한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서 졸음 및 심박수 저하가 관찰됐다는 연구 보고서는 이전에 나왔다. 위스연구소는 이것이 다름 아닌 동물들의 겨울잠과 비슷한 현상이며, 도네페질을 이용한 향후 연구를 통해 SF 영화 속 콜드 슬립이 실현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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