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300년 전 건조된 로마제국 군선에 장착됐던 충각이 발견됐다. 충각은 해전 시 적선을 들이받아 피해를 입히는 무기로, 이번 발견은 로마인들의 해상 전투 기술을 엿볼 중요한 성과라고 학계는 반겼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지방정부 해양감독부(Soprintendenza del Mare)는 최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기원전 241년 아에가테스 제도 해전 당시 로마 해군이 사용한 청동제 충각을 소개했다. 로마제국은 당시 카르타고 해군을 맞아 시칠리아 앞바다에서 고대 지중해 역사의 전기가 되는 아에가테스 제도 해전을 벌였다.

해양감독부 관계자는 "지난 20년에 걸쳐 해전의 현장이 된 바다 및 해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졌다"며 "로마 해군이 사용한 청동제 충각은 상당히 귀중한 발견"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에가테스 해전에서 로마 군선이 사용한 것으로 추측되는 청동제 충각. 전형적인 3중 구조이며 따개비 등이 잔뜩 고착돼 있다. <사진=Soprintendenza del Mare 공식 페이스북>

충각은 로마는 물론 다양한 국가의 군선에 장착된 충돌 전용 무기다. 대개 선수 밑에, 또는 선미에도 부착됐으며 적선을 들이받아 구멍을 뚫어 침몰시키기 쉬운 구조로 설계됐다. 로마 군선은 특유의 3중 구조가 특징이다.

해양감독부 관계자는 "충각은 화기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는 무서운 해전 무기였다"며 "목조선을 쉽게 부수기 위해 점점 단단한 물질로 제작됐고 로마시대에는 청동 등 금속이 널리 쓰였다"고 설명했다.

충각의 안쪽 구조. 여기도 따개비가 가득하다. <사진=Soprintendenza del Mare 공식 페이스북>

이어 "상처투성이 충각은 시칠리아 서안 앞바다의 레반초 및 파비냐나 섬 사이의 수심 약 80m 지점에 묻혀 있었다"며 "이 해역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로마군 투구 30개와 검 2개, 충각 27개가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학자들은 현재 이 청동제 충각에 대한 자세한 분석을 진행 중이다. 표면에 따개비 등이 빽빽하게 붙어 있어 새겨진 무늬나 문자 등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만약 충각에서 유의미한 흔적이 발견된다면 기원전 264~146년 벌어진 로마와 카르타고 간의 포에니 전쟁의 양상을 더 깊이 알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마시대 군선. 3중 구조의 충각이 보인다. <사진=tofy792000 공식 유튜브 채널 영성 'Roman Battle Ship' 캡처>

해양감독부 관계자는 "수천 년 전부터 카르타고가 서지중해의 패권을 쥐고 있었지만, 현재의 이탈리아에 로마의 영향이 퍼지기 시작하자 시칠리아 섬을 중심으로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해전이 벌어졌다"며 "아에가테스 제도 해전은 120년간 3차례 터진 포에니 전쟁의 끝을 알리는 의미 있는 전투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에가테스 해전에서 로마가 이기면서 카르타고는 큰 타격을 입었고 3차 포에니 전쟁 이후에는 결국 무너졌다"며 "이번에 나온 충각을 이전 것들과 대조 분석하는 과정에서 로마 해군의 해전 기술은 물론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될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