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주머니두더지(Northern marsupial mole)가 사막의 혹독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3가지 진화를 이뤘다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남부주머니두더지는 호주 사막지대에 분포하는 작은 포유류로 수십 년에 걸쳐 단 몇 차례 관찰될 만큼 희귀하다.

호주 라트로브대학교 야생동물학자 찰스 페이긴 연구원은 최근 과학지 컨버세이션에 낸 기고에서 남부주머니두더지가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력을 버리고 고환 위치를 바꾸는 등 진화를 거듭했다고 전했다.

몸길이 10~14㎝, 체중 40~70g에 불과한 남부주머니두더지는 다른 두더지처럼 땅굴을 파지 않고 사막 모래를 헤엄치듯 이동한다. 워낙 관찰하기가 어려워 학자들은 표면이 노란 털로 덮여 있다는 것 외에는 많은 사실을 알지 못한다.

호주 사막에만 분포하는 남부주머니두더지 <사진=Kanyirninpa Jukurrpa>

찰스 페이긴 연구원은 최근 DNA 기술의 진보 덕분에 남부주머니두더지의 생태 일부를 규명했다. 10년 전 발견된 남부주머니두더지의 냉동된 조직 샘플을 입수한 그는 게놈 분석을 통해 이 동물이 사막에서 살아남으려 터득한 유전학적 방법을 3가지 특정했다.

그는 "남부주머니두더지는 눈이 매우 작고 피부 아래에 숨어 장님이나 마찬가지"라며 "유전자 비교를 통해 시각을 구성하는 유전자가 우선 상실되고, 색각을 담당하는 유전자 역시 서서히 퇴화됐음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두더지의 수컷은 음낭이 없고 고환은 복벽 내부에 위치한다"며 "또한 남부주머니두더지는 산소 운반을 도맡는 헤모글로빈 유전자 2개를 발달시켜 산소가 부족한 모래 속에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호주 피나클스 사막 <사진=pixabay>

찰스 페이긴 연구원은 1종 1속인 데다 개체가 꾸준히 줄어드는 남부주머니두더지의 보호를 위해 이번 연구 성과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연구원은 "남부주머니두더지의 개체 수는 약 7만 년 전 빙기를 기점으로 장기적으로 감소 중이다"며 "이는 인간의 영향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호주의 다른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사막 속에서 자취를 감추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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