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기에 걸쳐 나타나고 사라지기 반복하는 다슐리 섬(Dashli Island)이 최근 또 자취를 감췄다. 2023년 초 수면 위로 떠오른 지 20개월 만이다.

카스피해를 낀 국가 아제르바이잔 연안에 자리한 다슐리 섬은 과학자들을 오랜 세월 괴롭혀온 일명 '유령의 섬'이다. 카스피해는 바다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유라시아대륙 중앙부에 자리한 세계 최대 규모의 염수호다.

미 항공우주국(NASA)도 위성을 통해 관찰해 온 다슐리 섬의 정체는 아제르바이잔 앞바다에서 약 20㎞ 거리에 위치한 쿠마니뱅크라는 진흙화산이다. 진흙화산은 마그마가 아닌 진흙이 화산처럼 분출하며 형성되는 수중 구조물로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아제르바이잔 앞바다 약 20㎞ 거리에 위치한 쿠마니뱅크 진흙화산. 북단 맨 끝자락이 다슐리 섬이다. <사진=NASA 어스 옵저버토리 공식 홈페이지>

NASA 어스 옵저버토리 채널 관계자는 “보통 화산은 땅속의 열로 녹은 용암이 뿜어져 나오는데 진흙화산은 바다 깊이 쌓인 진흙(퇴적물)과 가스(메탄)가 땅속 압력으로 한꺼번에 분출된다”며 “그 진흙이 계속 쌓이면서 다슐리 섬 같은 육지를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쿠마니뱅크 진흙화산의 북단 끝자락에 다슐리 섬이라는 별도의 이름이 붙은 이유는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다슐리 섬은 1861년 처음 기록됐는데, 이듬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후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최소 6번 출현이 기록됐다. 모두 1~2년 만에 자취를 감췄다.

왼쪽부터 2022년 11월 18일, 2023년 2월 14일, 2024년 12월 25일 찍힌 유령의 섬 사진 <사진=NASA 어스 옵저버토리 공식 홈페이지>

NASA 관계자는 “2023년 초 위성이 다슐리 섬의 재출현을 포착했다”며 “그해 1월부터 2월에 걸쳐 섬이 갑자기 해수면으로 떠올랐는데, 2024년 다시 서서히 작아지다가 물에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진흙화산의 분화는 격렬한 불기둥을 동반한다. 거대한 불길이 하늘 높이 치솟아 멀리서도 그 위력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라며 "2023년 '유령의 섬' 출현은 불기둥을 동반하지 않은 조용한 분화였다. 이는 아직 과학적으로 해명되지 않았지만 1993년에도 같은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기록됐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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