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드론을 조종하는 뇌파 조절 기술이 등장했다. 물건을 의식만으로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미래 기술의 실현에 한 발 다가갔다고 학계는 평가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와 브라운대학교 신경학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척추 손상으로 사지가 마비된 60대 남성과 함께 한 실험에서 뇌파 만으로 드론을 조종하는 데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연구팀은 69세 남성의 협조를 얻어 뇌에 마이크로 전극을 삽입한 뒤 전기신호를 이용해 컴퓨터와 연결하고 사고로 드론을 제어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실험에서는 실제 드론의 움직임을 똑같이 구현한 게임이 이용됐다.

실험 관계자는 "인간의 대뇌에는 손의 움직임에 관여하는 중심전회(중심앞 이랑)라는 영역이 존재한다"며 "여기에 전극을 심고 화면에 나타나는 가상의 손을 움직일 수 있는지 알아봤다"고 말했다.
이어 "실험 참가자가 생각만으로 가상의 손을 움직이게 되기까지 연이 필요했다. 이후에는 이런 움직임을 인공지능(AI)으로 해석했다"며 "피실험자가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할 때 뇌 운동피질이 발신하는 신호를 전극에서 잡아내면 AI가 실시간 해석해 가상의 손을 조작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이번에도 연습이 필요했지만 결국 남성은 생각 만으로 화면 속의 드론을 조작할 수 있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 실험에 익숙해진 남성은 가상 손가락 5개를 상하좌우로 움직여 드론을 보다 세밀하게 운전했다.
실험 관계자는 "거듭된 연습에 피실험자는 조작에 익숙해져 화면 내의 드론을 장애물을 피하면서 날릴 수 있었다"며 "과거 연구에 동원된 뇌파(EEG) 기술과 비교하면 6배나 미세한 조종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사지가 마비된 사람이라도 생각을 통해 물건의 조작이 가능함을 입증했다"며 "드론 조종보다 훨씬 복잡한 작업, 예컨대 작곡이나 CAD 도면 작성도 가능한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