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00년 전 사용한 것으로 생각되는 고대 이집트 금 채굴 시설의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와 파라오의 보물 등 고대 이집트는 그야말로 황금 도시라고 할 만큼 많은 금을 사용했다.

이집트 관광유물부는 4일 공색 채널을 통해 홍해에 접한 도시 마르사 알람의 남서쪽에 자리한 3000년 된 황금 채굴 시설의 조사가 거의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관광유물부는 해당 시설을 대략 2년째 조사해 왔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고고학자와 역사학자들은 이곳이 금의 채굴부터 가공, 정제까지 가능한 대규모 시설이라고 결론 내렸다.

고대 이집트는 금을 다방면에 활용한 황금의 나라였다. <사진=pixabay>

조사에 참여한 이집트 고고학최고평의회(SCA) 무함마드 이스마일 할레드 박사는 "이번 발견은 고대 이집트의 고도화된 금 채굴 기술을 깨닫게 한다"며 "대규모 금 정제 및 가공시설을 통해 고대 이집트인은 방대한 양의 금을 처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중요한 것은 석영에서 금을 추출하는 공방"이라며 "당시 사람들은 석영의 표면에 금이 생성되는 사실을 알았고, 침전과 농축 처리, 점토 용광로를 활용한 광석의 정련과 순금 추출까지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드론이 촬영한 마르사 알람 남서쪽의 고대 이집트 금 채굴 시설 일부 <사진=이집트 관광유물부 공식 페이스북>

유적에서는 금 채굴 시설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의 생활을 엿보게 하는 다양한 건축물과 생활 용품이 나왔다. 주거와 공방, 행정시설, 그리고 의식에 사용된 신전이 대표적이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기원전 305~30년) 시대에 만들어진 목욕탕 흔적도 눈에 띈다. 로마시대나 이슬람시대 건축물의 흔적도 남아 있어 이 광산이 수세기에 걸쳐 계속 이용됐음을 보여줬다.

무함마드 박사는 "이번 발굴에서 628점이나 되는 오스트라콘(글씨가 새겨진 자기 조각)이 발견됐다. 여기에 새겨진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부터(히에로글리프) 데모틱(민중 문자), 그리스어 비문은 금 채굴 시설이 거대한 교역의 장이었음을 추측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고대 이집트인이 사용한 금 공방 <사진=이집트 관광유물부 공식 페이스북>

박사는 "채굴 시설에서는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청동 화폐나 도기, 로마시대 테라코타 조각상도 나왔다"며 "바스테트 신이나 하포크라테스(그리스화한 이집트 호루스 신)를 본뜬 미완성 석상은 당시 광부들이 신앙을 소중히 여기며 생활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이집트 정부는 2년 여 조사한 이 시설을 향후 약 2만4000㎡ 부지에 재현한 뒤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방문객들이 고대 이집트인의 금 정련 기술을 체험하는 시설도 만들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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