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색이 선명한 흰올빼미가 미국에서 포착돼 그 이유를 둘러싸고 온갖 가설이 등장했다. 몸길이 최대 70㎝가 넘는 흰올빼미는 수리부엉이속 중에서 대형종으로 미국 알래스카나 캐나다 등지가 주된 서식지다.
희한한 주황색 흰올빼미가 처음 목격된 것은 지난 1월 말이다. 미국 야생조류 사진가 빌 딜러는 미시간 주에서 선명한 주황색 깃털을 가진 흰올빼미를 카메라에 담았다.
빌 딜러가 주황색 흰올빼미 사진을 SNS에 올리자 댓글창이 떠들썩했다. “가짜 아니냐”부터 “누가 일부러 색칠한 것 아니냐” 등 갖은 의혹이 일었고 일부는 사진가를 비판했다.

다만 이후에도 주황색 흰올빼미 목격자가 늘면서 학자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유전자 변형부터 건축물 페인트에 의한 오염 등 갖은 가설이 제기됐지만 확실한 이유를 알아낸 이는 없다.
흰올빼미는 이름 그대로 새하얀 깃털로 온몸이 뒤덮인 올빼미의 동료다. 겨울이 되면 먹이를 찾아 북극권에서 아한대까지 남하한다. 길을 잃은 개체가 드물게 한국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일본 홋카이도에서도 아마추어 사진가에 의해 촬영됐다.
빌 딜러는 “조류학자들이 새들의 행동 범위를 파악하기 위해 무독성 페인트로 흰올빼미에 표시한 시절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1960년대 이야기”라며 “미시간 주의 야생 흰올빼미 연구단체 ‘Project Snow Storm’ 역시 모르는 일이라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조류의 색채에 대해 오랜 세월 연구한 미시간주립대학교 케빈 맥그로 교수는 유전자 변의를 의심했다. 그는 “흰올빼미의 주황색 무늬는 환경 스트레스에 의해 야기된 유전자 변이가 원인으로 보인다”며 “독소나 오염물질, 농약, 중금속, 산화물 같은 환경 스트레스 요인 몇 가지가 원인일 것”이라고 전했다.
교수는 유전자 이상이 무엇이든 이 새의 멜라닌 합성 경로와 관련된 것은 거의 틀림없다는 입장이다. 무언가가 페오멜라닌 색소의 합성 경로를 활성화해 붉은빛이 도는 밤색을 과도하게 발현했다는 이야기다. 페오멜라닌은 노란색과 붉은색 멜라닌 색소의 일종으로 피부와 모발의 색을 결정한다.

다른 전문가들은 유전자보다는 인간이 만든 화합물에 오염됐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캐나다 정부가 산불 예방을 위해 뿌리는 난연도료 또는 공항에서 쓰는 제빙제에 흰올빼미가 노출돼 흰 깃털이 주황색으로 물들었다는 이야기다.
야생조류 전문가들은 어느 쪽 의견이 맞든 흰올빼미가 주황색으로 변색됨으로써 검독수리 등 더 강한 포식자에 노출되기 쉽고 눈 덮인 겨울에 사냥감을 노리기 어려워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