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공간에서 콩을 발효해 만든 된장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한국인의 소울푸드 된장은 콩으로 쑨 메주에 소금을 첨가해 만드는데, 우주에서 탄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와 덴마크공과대학교(TUD) 공동 연구팀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진행한 된장 제조 실험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고 2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장기간에 걸친 우주 미션에서 비행사들에 제공될 식재료를 개발하기 위해 된장에 주목했다. 된장은 누룩균이 콩 등을 발효하면서 만들어지는데, 미생물의 작용이 지구와 마찬가지로 우주에서도 진행되는지 연구팀은 실험했다.

MIT 매기 코블렌츠 박사는 "중력이 부족하고 방사선이 존재하는 우주에 누룩균을 갖고 가면 어떻게 되는지가 우리 실험의 출발점이었다"며 "미생물의 성장이나 대사, 나아가 발효 과정에 미중력 및 우주 방사선이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성공은 낙관할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박사는 "2020년 3월, 아직 발효되지 않은 된장의 재료가 담긴 용기를 ISS에 보낸 뒤 30일간 발효하고 지구로 회수했다"며 "비교를 위해 같은 기간 지상에서 동일한 재료로 된장을 발효됐다. 우주 된장이 돌아온 시점에서 양쪽을 시식하고 성분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우주에서 발효한 된장은 지상의 된장과 비교해 맛과 냄새가 엇비슷했다. 된장의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 구성도 거의 같았다. 즉 연구팀은 우주에서도 충분히 된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TUD 조슈아 애번스 박사는 "실제로 먹어 보면 우주 된장은 독특한 풍미가 있다"며 "지구에서 발효한 된장과 달리 잘 구운 견과류 맛이 감돌고 더 고소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풍미의 차이는 우주 환경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특히 누룩균이 영향을 받으면서 된장 자체의 세균군에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면서 맛이 조금 달라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생명이 우주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는 증거라는 입장이다. 단지 새로운 된장의 풍미를 발견한 것이 아니라, 미생물 수준의 생물이 우주에서도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연구팀은 자평했다.

매기 코블렌츠 박사는 "우리 실험은 미래에 진행될 장기 우주 미션에 있어 비행사의 건강을 지키는 데 일조할 것"이라며 "우주 탐사가 발전해 가면서 새로운 요리나 식재료가 생겨나고, 우주식의 종류도 비약적으로 늘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학계는 이번 실험이 우주의 식문화와 다양성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으로는 식물이나 미생물을 지구에서 우주로 가져가는 행위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