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의 지하 바다에서 유기분자 흔적이 확인됐다. 두꺼운 얼음 아래 바다가 펼쳐진 것으로 보이는 엔켈라두스는 전부터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독일을 포함한 국제 연구팀은 이달 1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애스트로노미(Nature Astronomy)에 조사 보고서를 내고 엔켈라두스의 얼음 세상에서 생명에 필수적인 화학반응이 지금도 진행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구팀은 2008년 미 항공우주국(NASA) 카시니 탐사선이 채취한 엔켈라두스의 얼음 입자를 재분석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해당 얼음 입자에는 생명을 만드는 기본 성분인 아미노산의 근원 분자가 이미 확인됐지만, 이번 조사에서 그 구조가 생각보다 복잡하고 지구 생명체와도 관련된 분자군을 포함한 사실이 확인됐다.
엔켈라두스는 지름 500㎞가량의 얼음 위성이다. 남극 부근에 거대한 균열이 있고, 거기서 간헐천 같은 플룸(지표에서 솟아오르는 증기와 얼음 알갱이)을 뿜는다. 이 플룸은 2005년 토성을 탐사하던 카시니가 처음 관측했다.
남극의 균열 아래에는 두꺼운 얼음 지각으로 뒤덮인 액체의 바다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서 물이 간헐천처럼 뿜어져 수증기나 얼음 입자가 우주 공간으로 방출된다. 이 물질은 토성 주위에 퍼져 E링이라는 아주 얇은 고리를 형성한다. 엔켈라두스의 분출물로 유지되는 E링은 토성의 고리 중에 가장 바깥쪽에 해당한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존 힐러 연구원은 "E링의 입자 대부분은 방출된 후 오랜 시간이 경과했고, 그 사이 태양으로부터의 방사나 우주선의 영향을 받아 분자의 구조가 변화했을 것"이라며 "성분이 변질되지 않은 갓 방출된 신선한 입자를 조사하는 것은 엔켈라두스 생명 연구의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카시니는 지난 2008년 엔켈라두스 남극 분출구 부근을 통과하다 막 뿜어져 나온 얼음 입자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 입자들은 우주 공간에 방출된 지 불과 몇 분밖에 되지 않은 그야말로 신선한 샘플이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입자는 초속 18㎞로 카시니에 충돌했다. 탐사기에 탑재된 분석 장치 코즈믹 더스트 애널라이저(CDA)가 분자 데이터를 취득했다. 존 힐러 연구원은 "이때 속도는 유기 분자의 관측에 적합했다. 얼음 입자가 저속으로 탐사기에 닿으면 물 분자가 클러스터를 형성해 다른 유기 분자의 신호를 덮기 때문"이라며 "입자가 고속으로 충돌하면 물 분자가 쉽게 분산돼 유기분자 흔적을 더 명확하게 포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샘플은 지하 바다에서 방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주 공간에서 거의 변질되지 않았다. 즉, 엔켈라두스의 지하 바다 상태를 그대로 반영했다'며 "당연히 입자에 포함된 유기분자도 엔켈라두스의 지하 바닷속에서 생성된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데이터의 해독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최신 분석을 통해 입자 안에 담긴 유기분자의 정체가 밝혀져 왔다. 이번 조사에서는 얼음 입자 안에서 탄소, 질소, 산소 등 원소를 포함한 복잡한 유기분자가 다수 검출됐다.
특히 아미노산이 생기기 전 단계의 분자나 지방족 화합물, 에스테르류, 에테르, 에틸기를 갖는 화합물 등 지구상에서는 세포나 단백질의 재료와 관계되는 다양한 탄소 화합물이 포함됐다. 이러한 물질은 E링이나 플룸 속에서 검출된 바 있지만 이것들이 지하 바다에서 유래하는지 명확하지 않았다.
존 힐러 연구원은 "지금까지 E링이나 플룸에서 생명의 흔적이 되는 유기분자가 발견됐지만 이번에는 그것들이 엔켈라두스 바다에서 직접 유래했다는 것이 처음 밝혀졌다"며 "이번 발견은 엔켈라두스가 외계 생명체 탐사 대상으로 매우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역설했다.
엔켈라두스의 관측은 이번 연구를 계기로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 연구에 결정적 역할을 한 카시니 탐사선은 안타깝게도 2017년 9월 15일 토성 대기권에 돌입하며 불타버렸지만, NASA나 유럽우주국(ESA) 등은 엔켈라두스를 목적지로 하는 새로운 탐사 미션을 적극 검토 중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