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비자는 술을 구입할 수 없습니다."
미성년자가 술과 담배를 구입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생체인증 결제 시스템이 등장했다. 최근 나이를 속여 술담배를 구입하고 업주를 협박하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만큼 유통업계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 아마존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자사 결제 시스템 '아마존 원(Amazon One)'에 연령 확인 기능을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2020년 미국에 도입된 '아마존 원'은 캐시리스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생체인증 서비스로 카드 대신 손바닥을 대면 결제가 이뤄진다.
이달 22일부터 시범 도입된 '아마존 원'의 연령 확인 기능은 아주 간단하게 구동한다. 기존 '아마존 원'처럼 소비자가 술과 담배 등 미성년자 구입 금지 물품을 사고 손바닥을 대면 끝이다.
업주가 사용하는 단말기 화면에는 사용자가 사전 등록한 신분 확인용 증명사진과 음주 가능 연령을 의미하는 '21+' 메시지가 표시된다. 만약 미성년자라면 '21+' 대신 경고 문구가 뜬다.
아마존 관계자는 "'아마존 원'은 신분증과 사진 등을 사전 등록해야 하는 생체인증 시스템이므로 나이 확인이 간단하게 이뤄진다"며 "어차피 '아마존 원'을 쓰지 않는 소비자가 술이나 담배를 사려면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므로 여러모로 편리하다"고 전했다.
이어 "연령이 자동 확인되면 미성년자 판매 금지 물품이 불법 유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게다가 요즘 발생하는 미성년자들의 업주 협박 사건도 원천적으로 방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성년자가 술과 담배를 구입하는 문제는 세계 각국의 공통적인 골칫거리다. 정부나 업체가 안전장치를 만들어도 일명 댈구(대리구매) 등 갖은 방법으로 술담배를 손에 넣는다. 심지어 나이를 속여 술담배를 사고 업주를 협박, 돈을 뜯는 범죄도 기승을 부린다. 우리나라에서도 편의점 두 곳에서 담배를 사고 업주를 협박, 현금 70만원을 빼앗은 10대가 지난 22일 경찰에 입건됐다.
아마존은 생체인증 연령 확인을 통해 범죄 예방도 가능하지만 뭣보다 사람들의 삶이 한층 편해진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생체인증 시스템은 결제뿐만 아니라 개인의 신분 증명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이런 시스템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마존은 '아마존 원'이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에 특화됐다는 입장이지만, 데이터베이스 관련 사고로 이용자의 민감한 정보가 대량 유출될 수 있고 범죄 악용의 소지도 다분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